두고 간 빨간 하이힐 to leave a red high heels
그녀는 늘 운동화를 신고 다녔는데
치마를 즐기는 그녀의 스타일로 봤을 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그는 그런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진 않는다. –
남이 어떻게 하고 다니든지 상관할 바 아니지 않겠는가-
그런데 지난해 9월 – 아무런 예고도 없이 뜻밖에도
그의 입에서 그 말이 튀어나왔다.
- 치마에 운동화라니 – 어울리지 않아요.
워낙 사람이 많았고 다들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으므로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했으나
불행히도 그녀만은 확실히 들은듯하다.
보란듯이- 기다렸다는듯이 그 다음 모임에
그녀는 빨간 하이힐을 신고 나타났으니까.
그는 못 본 척 하기로 했다.
하지만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리는데
그녀가 그를 보고 방긋이 웃고 있는 것이다.
난감하다. 그녀의 얼굴은 홍조와 왠지 들뜬 눈빛
그와 눈이 마주치자 그 시뻘건 하이힐을 내려다봤다.
저의 멋진 하이힐을 봐 주세요 – 라는듯 …
그녀가 그의 반응를 살피고 있는 것이 확실했지만
정말 애써 못 본 척 했다. 흰 운동화 다음에 바로 빨간 하이힐이라니 –
버스는 왜 이렇게 안 오는 것일까?
- 신발이 예쁘군요
결국 말했다. 그 말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압박감에 져버린 것이다.
그녀가 베시시 웃는다. 으~ 이 상황 너무 싫다.
신발이 이쁘다니? 새빨간 거짓말이다.
하이힐 굽이 너무 높아서 서 있는 그녀 위태로워 보인다.
잘못해서 넘어지면 추락사다. 제발 신발 위에서 내려오시지요…
그녀는 그가 타는 버스를 같이 탔다. 그것도 그의 옆에 –
(이럴 줄 알았다니까 … 너무 뻔하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를 완전히 외면 한 채 입을 닫았다.
차창 밖으로 얼굴을 돌리자 유리창에 그녀의 얼굴이 비친다.
외면한 그의 뒤통수를 어지간히도 오랫동안 응시하던 얼굴이
거의 울상이 되어 간다.
(미안하다. 나도 취향이란 것이 있거든 – )
그는 눈을 감았다.
- 저 다음 역에 내려요…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 라는 말이 거의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꿀꺽 삼켰다. 외면한 채 눈을 감고-
그녀가 일어나는 인기척을 느끼며 버스가 다음 역에 도착하길 기다렸다.
버스가 다음 역에서 멈췄다가 출발할 때 그제서야 눈을 떴다
차창밖에 버스에서 내린 그녀가 내려다 보였다.
버스를 등지고 걸어가는 뒷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요즘 여자들이란 대책이 없으므로 그녀가 순순히 사라져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마치 큰일을 치뤄 낸 사람처럼 심호흡 한 번하고
알 수 없는 안도감에 미소를 지으며
차 안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사람들이 모두 그를 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그와 그 옆의 어떤 것을 번갈아 보고 있다.
그녀가 앉아 있던 자리에 빨간 하이힐이 남아 있었다.
빨간 하이힐은 주인이 가버린 자리에 혼자 남아서
버스의 흔들림이 맘에 드는지
흔들 흔들 - 경쾌하게 흔들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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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 이미지 go into detail
front
on the left
to the right
the lower 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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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 재활용 종이캔버스,아크릴
표면보호처리 / 아크릴바니쉬 투명광택 4회
크기 / 소 14cm X 14cm X 2cm(두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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