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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_완결모음/단편+일러스트

그는 상냥한 사람이니까


 




<상냥한 사랑>

3년동안 그녀의 연인을 자처하던 남자가  말했다.

-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 어떻게 생각해?

늘 같은 시간대에 전화해서 늘 비슷한 이야기를 하던 그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 괜찮겠어?

그는 따뜻한 사람이므로 이별통고를 하면서도 참 따뜻하게 한다.
그런 그에게 괜찮지 않아- 라고 말할 재주는 없다.
그도 그녀도 서로 참 상냥하게 사귀었으니까

- 괜찮아 – 그녀와 행복하길 바래

전화를 끊고 하던 일을 계속 했다.
문득 고개를 드니 열어 논 창으로 바라보는 거리의 풍경이 따뜻해 보인다.
이런 화창한 날씨를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누릴 수 있다니 멋진 일이다.
너무 고맙다.
이런 날 떠오르는 생각은 다 따뜻한 생각들이다.
따뜻한 눈길- 따뜻한 웃음소리 – 따뜻한 목소리 –
지난 3년 내내 -
그는 그녀에게 유일하게 따뜻한 것이었기 때문에
화창한 날엔 언제나 그를 떠올리며 든든해 하곤 했다.
긴 겨울 끝에 찾아온 봄 -
그 햇살에 태어난 식물 같은 사랑이었다.

따뜻한 것도 시간이 지나면 식기 마련
상냥한 사람이라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처음으로 사람이 건넨 먹이를 받아 먹은 도둑고양이처럼
먹이를 주던 유일한 사람이 이사를 간 것으로 치기로 했다.

하지만 그녀가 어떤 처지인지 알았다면
차마 그런 말을 하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는 상냥한 사람이니까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서로 모른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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