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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_완결모음/단편+일러스트

도시 초년생

<시티 라이프>


초록색 고양이가 있다는 말을 누가 했다고 하면
그녀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봤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블라인드를 걷다가 우연히 –
처음에는 눈이 이상한가 하고 눈을 부비었고 곧  사태파악을 했다.

녀석은 그녀가 소중하게 키우고 있는 선인장을 먹고 있었다.
선인장 가시를 능숙하게 발라내며 아삭아삭 -
인기척이 나자 녀석은 재빨리 도망갔다..

- 있잖아… –  초록색 고양이가 있다면 믿겠니?

대학로  가장자리에 있는 Aveda Café
내 앞 앉아서 술을 마시던 친구는
마시던 술잔을 손에서 놓지 않은 채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의외로 시큰둥한 표정…

- 정말이야- 오늘아침에 내 창가에서 봤다니까

뭔가 대단한걸 발견한 표정을 하고 있는 그녀에 비하여
친구의 표정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그러더니 대뜸 이렇게 쏘아붙였다.

- 너도 초록색 고양이 타령이니 –

- 무슨 소리야 ? 누가 또 초록색 고양이를 봤대?

- 요즘 그 말 안 하는 사람이 어딨니?  
매스컴에서도 온통 그 얘기만 해댄 것이 한 달이 넘었잖아?
참내~ 이제 와서 이야기하기엔
좀 지리하달까… 멸멸하달까… 뭐 그런 것 아냐?  

당황스럽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초록색 고양이를 보았다는 것보다
모두들 아는 이야기를 그녀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었나보다.
그 뒤 화제를 바꾸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내내 마음속으로 무안했고 그곳을 나올 때까지 부끄러웠다.

카운터 앞에서 계산서를 체크 하는데
돈을 받아 드는 손 때문에 또 놀랐다. 고양이 손이다.
손의 주인을 올려다보니 초록색 고양이다
놀란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 얼른 계산하고 나왔다.
이 도시에 온 지  6개월 -
모든게 놀라운 도시 초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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