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미용사로 살아온 채선의 미용수첩엔
지난 40년간의 미용비법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어
실제로 효과가 좋았던지 채선은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였지
하지만 그것도 이제 옛날 이야기가 돼 버렸어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서 다리를 크게 다쳤거든
나이든 사람은 한번 다치면 놀랄 정도로 많은 걸 잃어버려
긴 입원생활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채선은 받아들여야 했어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 -
다시는 예전의 쾌적한 걸음걸이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으악 나 어떡해?
노인네처럼 걷고 있잖아?
무엇보다 힘든 건 일을 그만둬야 했던 거야
다리가 아파서 오래 서 있을수 없었거든 ...
- 덕분에 평생 밀린 청소를
드디어 할 수 있게 됐군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손이라고 생각했어
손으로 먹고 사는 미용사였으니까
하지만 다리가 가장 중요했던걸까?
몸 멀쩡하고 오직 다리 하나 불편할 뿐인데
일 못 해- 외출 못 해- 방안에 갖혀서
도대체 이게 뭐냐구-
뭐 이제 상관없어~
안 그래도 나이가 많아서
일 그만 둬야 했잖아~
평생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이었는데 졸지에 한심한 신세가 된 채선
자식한테 넉넉치 않는 생활비를 받아서 살게 된 채선
염색약, 화장품 - 에 돈 쓰는 게 편치 않아진 채선
됐어 - 괜찮아
어차피 이제
봐 줄사람도 없는 걸~
저 할망구는
대체누구?
상관없어
덕분에 출근 걱정없이
밤새 술 마실 수 있게 됐잖아 -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
요즘 염색 안해?
맛사지 안해?
갑자기 폭삭 늙었네?
흑 -
흐흑흑 -
갑자기 왜 우는거야?
그러지 말지
미치게씀 T~T
엄마가 한시간째 울고 있음
님들~ 나 어째?
많이 힘드실거 같습니다.남 애기 같지가 않아서 제가 한 글 띄우겠습니다
일단 어머니를 데리고 정신과로 가서 진단받고 약 처방 받으신 뒤 ....
....제임스 1033
행복의 편지 (엄마와 함께 읽어 보세요)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고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의 미래는 확실히 절망적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영원한 행복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니... 힐스테이트 마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주세요. 취미생활, 바느질,뜨개질,물건 리폼하기,그림 그리기 등등 ... 작은 돈이라도 수입이 생기면 효과가 더 좋습니다. 액수는 상관없는 편입니다. 그리고 친구를 만드시면 됩니다.. 친구에게 의지하거나 속 마음을 털어 놓으며 스트레스가 해소됩니다. ....키티 97
아크릴사로 만든 설겆이 하는 물고기 수세미야
어때? 만들 수 있겠어?
만들면 내가 팔아줄께
아아.....
뜨개질 뜨개질 뜨개질 뜨개질 ~~~~ ^^
이렇게 예쁜데 설겆이 하는 수세미라니 불쌍하구나 ...
정말로 니가 사람 대신 설겆이를
해 주면 더 잘팔릴텐데....
- 물고기가 설겆이를 하다니!!!!
- 그러고 보니 너도 나랑 신세가 똑같구나
나도 이제 할 수 있는게
설겆이밖에 없단다 ~
무슨소리예요?
이제 뜨개질 일 생겼잖아요?
용궁까지 소문이 파다해요~
- 그래?
- 그럼요~
이쁘게 만들어 달라고
다들 난리예요~
옳지~ 이 화분~ 나무가 죽어서 불쌍했는데
여기에 걸어두면 좋겠네~
버리지 않길 잘 했어~
이제 물고기 나무가 됐구나 ~^^
뜨개질 뜨개질 뜨개질 뜨개질 ^^
에?
으악 ~ 이게 다 뭐야?
이렇게 많이 만들면 어떡해?
실은 공짠줄 알아?
그만 만들어 - 일단 팔아보고
정말 팔리면 그때 또 주문할께 ~
설겆이 하는 물고기 . 마침
..................................................................................................................
후일담
여보세요 ~
-사 준 실 다 짜서 오늘 택배로 보냈다
지난번에 만들어서 보낸 물고기는 다 팔았니?
어 - 다 팔았어~
다 들 이쁘다고 난리야 ~ 핫하하하하
님들 나 어째?
엄마가 너무 열심히 물고기를 만들어 T _ T
이거 하나 사 가 봐~
엄마가 좋아해 ~
(교문 앞 잡상인)
누가 대신 좀 팔아주던지 ...
후일담:
전시회때 도자기 소품 옆에 진열해뒀더니
결과는? ..... 매진되었습니다. ^o^
감사합니다
요즘도 집에가면 채선씨가
텔레비젼보면서 뜨개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젊었을때부터 사납고 팜므파탈 패셔니스트 헤어디자이너였던 그녀가
이제 노년에 적응하여 인자한 할매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것 같아서 좀 웃깁니다.
물고기 판 돈은 그 액수에 관계없이
그녀에겐 무척 소중한 경제활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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