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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박자만화공방_후일담

삼박자만화공방 _2024년 열두 달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삼박자만화공방에서 그림을 가르치는  만화가 소공입니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무척 길게 느껴졌습니다. 삼박자만화공방이 또 이사를 했고 (몇 번짼지...) 잠만 자던 원룸도 이사를 했고,  봄과 가을에 몰려있는 청소년 웹툰체험 특강들을 하면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출근하다시피 했고, 매주 일요일 구산동도서관 웹툰교실에서 기초창작반과 디지털창작반을 가르쳤습니다.

삼박자만화공방 아말록 감독은 주중에는 애니메이션 회사로 출근 - 주말에는 삼박자만화공방 업무와 떳다그녀 작품활동을 했습니다. 둘 다 쉬는 날이 거의 없었네요 

아말록 감독 쉬는 날 없음./ 주말에 삼박자만화공방에 출근하는것이 쉬는거라고 주장

 

가르친 수강생들의 개별 작품집, 단체 기념책자 등등  20 여권을 혼자 편집, 출간하느라 여름부터  12월까지 해가 뜨기도전에  일어나서 인쇄편집을 했습니다. 동시에 아침수영을 매일 다녔습니다. 바빠서 죽을 거 같은데  동시에 재밌어서 죽을 거 같았습니다. ㅋㅋㅋ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최고입니다. 

                    

드디어  12월 31일이 되고 보니 그 어느때보다 열심히 살았던 후회 없는 한 해였다는 생각 합니다. 흐뭇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마냥 좋지 않습니다. 제 창작작업은 아주 조금만 진전했거든요. 어라라 ~ 올해도?  열심히 살았는데 왜 올해도 성과는 이것뿐인 거야?   어리둥절하네요  

올 한 해 - 무슨 일이 있었더라? 요즘엔 사진도 예전만큼 많이 찍어두지 않아서 기억도 잘 안나네요 

 

2024년 열두 달 이야기 

 

1월 11일_김금자 관장님 방문

김금자 관장님 - 남산도서관 100주년 기념책자에 사인을 해주심

이 책은 그토록이나 갖고 싶어하던 2023년 남산도서관 100주년 기념책자 [ 남산도서관 100년 사]라는 책입니다. 제가 이 책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던 관장님께서 자신이 예전에 근무하던 남산도서관의 사서님에게 부탁을 하여 갖게 된 귀한 책입니다. 관장님 덕분에 얻은 책이라 사인을 해달라고 했더니 저자도 아닌데 사인을 왜 하냐고 사양하다가 결국 해주셨습니다. 김금자 관장님의 손글씨를 갖고 싶어서 부탁한 거라서 무척 기뻤습니다. 

(23년 6월에 이 책을 갖게 되었을 때 기념사진) 

 

책을 구해 주신 남산도서관 김선영 사서님 감사합니다.

 

1월 14일 _ 제자 김까만 작가님 방문 

대학 가는 것과 동시에 집에서 경제적 독립- 심야알바를 시작했고

과제, SNS 작업, 외주작업도 하는 부지런한 제자님, 그 와중에 스승을 찾아오다니..

저와 아말록감독은 대견하고 기특해서  김까만 작가를 꼭 끌어안았습니다. 

사진 다 찍었으면 이제 좀 떨어져요 ~~ 못 놓는다 이놈아 아 ~~

 

 

1월 21일 _ 제자 유여강물 작가의  도키 나비

 

저는 보았습니다. 고3시절 - 그 치열한 시간에 -  저에게 미술 수업을 받던 유여강물이 하릴없는 사람처럼 유튜브를 보고 종이접기를 하던 것을 - 손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이든지 홀릭하는  유여강물이 선물한 털북숭이 도끼와 나비 - 

 

도끼와 나비의 눈이 반짝거립니다. 유여강물의 눈빛도 반짝거렸습니다. 하는 방법이 아주 쉽다며 재료가 되는 털실을 꺼내 저에게 전수하려고 했습니다.  더 만들고 싶어 하는 유여강물에게 질문공세를 하면서 화제를 다른 곳으로 옮겼습니다.  지금 그리고 있는 만화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림이야기를 하자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히유~~~

 

2월 12일 _ 제자 유세린과  유여강물 

음악을 들으며 수다를 떨며 각자 그림을 그렸는데 내내 웃음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맞은편에 앉은 아말록 감독은 우리의 수다에 끼어들지 못하고 투명인간처럼 있다가 가끔 우리 이야기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ㅋㅋ 거렸습니다. 

유세린님은 언제 봐도 패션감각이 좋았습니다. 부럽습니다. 

 

 

2024년 2월 22일 _ 출근하려고 현관문을 여니 폭설풍경  

현관문밖은 남산 - 겨울풍경

 

(비교샷)

현관문밖은 남산 _ 여름풍경 

 

현관문 열고 출근길 나가면 이런 풍경 

 

 

 

3월  _진달래와 함께 봄이 왔습니다. 

 

 

 

 

 

 

3월  _구산동도서관마을 삼박자웹툰교실 기초창작반 디지털창작반 특강이 개강했습니다.

매년 개강은 3월 종강은 11월 - 9개월간 이어집니다.  그 외의 미술 웹툰 수업들이 3월부터 하나 둘 출강요청이 들어오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날들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아이들은 집중을 잘합니다. 조용히 하라고 하지 않아도 조용합니다. 초집중합니다. 

 

 

 

가끔 아말록 감독도 같이 출강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강의를 하고 잘 가르칩니다. 

 

 

종이 만화원고에 수작업으로 완성해서 디지털로 스캔해서 클린업 편집 배경채색 후 웹에 업로드합니다

 

모두 디지털로 작업해서 웹에 업로드 하는 것도 가르칩니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학생들은 집중해서  배우고 금방 실력이 늡니다. 무당에게 가서 자기 이야기를 하며 답답함을 풀듯이 아이들은 자신이 그린 만화 이야기를 하면서 답답한 마음을 풉니다. 개별 피드백을 할 때 자신의 작품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아이들은 얼굴을 붉힙니다  그때 저는 행복합니다. 

 

 

 

3월 30일 _제자 유똥작가님 방문 

자신의 작품집을 가져왔습니다. 너무 기쁩니다.  사인을 받았습니다 - 안 본 사이 키가 너무 커서 놀랐습니다. 부럽습니다.

 

4월 7일 _ 우리 누나예요 

24기 수강생 - 초등5학년 이지환과 함께 들어온 미소녀가 말했습니다 -  선생님 저 누군지 모르겠어요?  

코로나시절 강제로 휴강된 뒤 못봤던 초등소녀 이지우 -  미소녀가 되어 나타났습니다. 

 

 

 

4월 27일 - 슬 슬 이사준비를 합니다. 이사를 3번 - 작게 하기로 합니다. 이번에는 목재만 먼저 이사합니다. 

 

이 나무들은 삼박자만화공방 2016시절부터 쓰던 목재를 재활용한 것입니다. 저는 목재를 사랑합니다. 대부분 누군가 버린 목재나 목재 가구를 분해해서 얻은 것들입니다. 공짜입니다. 톱과 전동공구만 있으면 언제라도 재활용이 가능해서 좋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써서 손이 많이 갑니다. 이사차량이 오기전에 건물 앞에 꺼내 놓았는데 대형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누가 버릴까 봐 걱정이었습니다. 

 

5월 1일_ 잠만 자던 방도 이사를 했습니다. 워낙 미니멀하게 살아서 짐이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옮기려고 보니 제법 됩니다. 

 

 

6월 17일 - 삼박자만화공방 이사짐 2 옮기기 

당근거래를  굉장히 많이 했고 무료나눔도 하루에 10건씩 이상  - 3개월 이상 했건만 짐은 생각보다 많이 남았습니다. 

그래도 작은 트럭 하나에 들어갈 정도여서 다행이었습니다. 

 

6월 25일  _약속하지 않았는데 찾아온 반가운 손님 _SBA 심은화 책임님 -  이때 찍은 사진 6장입니다. 잘 나온 사진은 없지만 한 장도 빼고 싶지 않을 정도로 소중합니다. 오래간만에 만나서 우리는 서먹했지만 그래도 사진을 찍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따뜻하게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깍듯이 서로 인사를 했습니다. 제대로 된 안녕을 나눌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7월 3일 최종 이사 

 

옆 사무실을 같이 쓰던 대표님과 마지막 인사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어서 기뻤습니다.

안녕 !소방재난본부 감사했습니다.  - 안녕 코로나 시국에 우리에게 작업실을 내어 준 소미미디어와 웹툰파트너스 안녕~ 안녕 ~

 

 

이사를 3번에 나눠서 했지만 짐정리는 제로 - 그대로 짐을 쌓아놓은 채 살았습니다. 아쉽네요 어찌나 바쁘게 살았던지 그때 자료사진도 한 장 없네요. 상반기부터 시작된  청소년 체험특강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이삿짐은 그대로 두고 특강을 하러 돌아다닙니다. 집에 오면 다음날 강의 준비를 하고 씻고 자고 다음날 나갑니다. 학교 출강사진은 하나도 없네요 바빠서 찍을 생각도 못했나 봅니다.  여름이 지나갑니다. 

 

 

가을이 지나갑니다. 

 

 

 

 

 

 

봄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12월이 되었습니다.손으로 그린 원화는 스프링제본 또는 파일제본해서 다시 학생들에게 배송되고 디지털 웹툰은 네이버카페에 웹발행합니다. 

다회기 수업을 받은 학생들의 기념책자가 출간되고 학생들에게 한 권씩 보내집니다. 

 

봄에 시작된 구산동도서관마을 삼박자웹툰교실 기초창작반 디지털창작반 수강생들의 개별 작품집이 나옵니다. 19권입니다. 

 

사진 알레르기가 있는 디지털 창작반 성인 수강생들은 기념사진 없이 개별피드백을 받고 자신의 책을 안고 퇴장하고.기초창작반 수강생들은 기념촬영도 하고 자신의 만화책을 강의실 앞 전시대에 직접 전시합니다. 서로 좋은 자리에 자신의 책을 놓으려고 난리입니다. 

 

 

물끄러미 자신의 책을 바라보고 있는 남색옷을 입은 소년의 이름은 이지환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입니다. 지환에게 삼박자웹툰교실의 만화수업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저는 어떤 선생님이었을까요? 

구산동 수업을 마지막으로 한해 외부일정이 일단락됩니다. 밀린 짐정리를 하고 - 본가에 가서 얼굴보여주며 효도를 하고 만난 지 오래된 지인들을 만납니다. 그것도 일주일 만에 해치웁니다. 오로지 혼자 있고 싶어서입니다. 

12월 중순이 되어서야 드디어 개인 시간이 생겨 원하던 만화를 그리고 내 맘대로 졸리면 자는 생활을 2주 정도 했습니다. 도서관에 가서 자료로 빌리는 책이 아니라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서 보는 책을 빌릴 수 있게 되었고 기후동행카드로  버스와 지하철을  마음껏 타기도 합니다. 아 - 행복하네요 - 역시 노는 게 제일 좋네요 -

24년 12월 31일 - 한해의 마지막 날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 열심히 살았던 후회 없는 한 해였다고 생각하고 흐뭇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마냥 좋지 않습니다. 제 창작작업은 아주 조금만 진전했거든요. 

어라라 ~ 올해도?  작년에도 그 작년에도 그랬는데 올해도 또? 외부 활동은 열심히 살았는데 나만의 창작은  성과가 이것뿐인 거야? 

저는 열심히 사는 사람입니다. 열심히 살아도 세상은 아직 어렵습니다. 그리고 고민도 있습니다. 창작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 - 아이들은 쑥쑥 자라면서 저보다 더 창의적으로 창작합니다. 계산해 보니 올 한 해 758명 정도를 가르쳤고 대부분 1일 특강이었지만 그중 20명은 9개월 동안 매주 한 번씩, 100명은 3일 동안 매일 3시간씩 ,  20명은 한 달 동안 10회 이상 가르쳤습니다. 가르치고 완성된 종이원고들은  스프링제본해서 각 학교에 배송하고, 디지털 원고는 스캔 클린업, 편집해서 웹발행했습니다. 20권이 넘는 책을 인쇄 편집하고 출간했습니다. 모두 합치니까 어마무시한 원고였고 매주 무지하게 많은 페이지를 웹발행 했습니다. 청소년과 웹툰비전공 성인 창작자의  웹툰을 웹에 기록하고 그들을 가르치는 것이 너무 유의미해서 제가 제 작품을 하는 것이 가르치는 것을 그만두고 할 만큼 가치 있는 것인가 고민하는 연말입니다.

어느덧 한해 마지막 날의 저녁 7시가 됩니다. 해는 지고 어두워집니다. 올해 찍은 몇 안되는 사진 중에 며칠 전 오래간만에 바다에 가서 찍은 사진이 보입니다..  흐려서 일출은 힘들 거라고 일기예보는 말했지만 그냥 새벽 산책을 나갔습니다. 문득 사방이 밝아지길래 고개를 드니 구름 속에서 해가 얼굴을 보였습니다. 너무 기뻤습니다. 원래 못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보게 된 해가 그렇게 반가울 일일까요? 교회도 안 다니는 사람이 저도 모르게 기도했습니다. 삼박자니까 세 번 빌었습니다. 안팎으로 힘든 12월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싶습니다. 빈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싶습니다. 해피 뉴 이어하고 싶습니다. 

 일출 사진 보시고 해피 뉴이어 기운 받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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