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삼박자만화공방_후일담

마지막 남은 1개는

 

삼박자만화공방에서 일하다가 졸리면

맞은편 웹툰파트너스 라운지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책도 보면서 릴랙스 한다 

SBA웹툰파트너스에는

웹툰 작가들과 웹툰 플랫폼 PD 스토리 작가들이 상주하고 있어서

24시간 사용가능하다.

밤 10시가 넘으면 대부분 퇴근하지만 

밤샘 작업을 하시는 분들도 종종  있다.

늘 커피가 있고 커피를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 사람들이 있다. 

비치되어있는 드롱기 커피머신의 커피는 

그동안 내가 마셨던 커피들 중에 가장 맛있다. 

김현국 매니져님을 커피내리는 시간에  만나는 날은

직접 내린 원두커피를 마실 행운을 만끽할 수 있는데

그건 커피머신 커피맛보다 더 좋고 향도 진하다. 

다른 작가님중에 차를 드시는 분은 정말 맛있는 차를 조제(!)하고 있다 

얼굴만 알고 서로 말을 해본 적이 없는 내향적인 모두들은

한 잔 드릴까요?  아 네 감사합니다. 무슨 차인가요? 

라는 말을 주고 받으며 쑥스러워한다.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말하고 있다

 

작업대로 돌아와서  찻잔속에 차를 음미하며

그 차를 검색할때가 많다. 

대부분 구하기 힘든 독특한 차다. 

커피도 향이 진하고 맛도 좋다.

아무 거나 대충 마시던 내 인생에 

살아생전 가장 호사스런 커피와 차의  나날들이다. 

 

 

진심이 느껴진다

 

커피머신 사용법을 누가 붙여놨는데

누가 카피를 뽑았을까? "커피는 나의 동반자!!"  란다.

느낌표가 두개나 붙어있어서 진심이 느껴진다  ^///^

 

이분들은 그냥 믹스커피는 안 마시는구나 했는데 또 그건 아니라서 

어느 날은 누가 커피머신 위에 믹스커피를 박스째 사다 놓았고 

며칠 지나니까 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분리수거함을 보면 처음 보는 각양각색의 음료병들이 보인다. 

다들 마실걸 무척 좋아하고 다양하게 즐기고들 있구나

 

가끔은 김현국 매니져님이 사탕이나 젤리,약과,쿠키, 빵, 과자 등을

잔뜩 놓아두기도 한다 

아침저녁으로 커피 마시러 라운지에 갈때마다 보면

그것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마치 숲에 새 모이를 놓아두면

조금씩 사라지는 풍경과 흡사하다. 

 

그저께는 누가 오예스를 두상자나 쌓아놓았다.

몇십 개가 된다. 

나라면 내 책상서랍에 넣어두고

혼자  한 개씩 오래오래 먹을 텐데 

누가 이런 고마운짓을 한단 말인가 

역시나 시간차를 두고 하나씩 사라진다. 

어제저녁에 식사하러 라운지에 갔더니

다 먹고 3개밖에 안 남아 있었다.

퇴근하면서 나랑 아말록 감독이 하나씩 먹고 

1개는 남겨뒀다 -

 

저 1개가 내일 아침에

사라져 있을지 남아 있을지에 대하여

우리는 이야기를 했다. 

다 같이 뭘 먹을 때

아무리 맛있는 거라도

접시에 마지막 1개만 남으면

아무도 안먹는 심리에 대하여 말하며

그런 이유로 저 1개는  내일 아침에

남아있을 거라고 아말록이 이야기를 했고 

나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다른 생각이 움터 올랐다. 

아직 많은 분들이 퇴근하지 않고 있다.  

이제 겨우 밤 9시 반 -

창작자들은 하루 열량의 90%를

이 시간 이후에 섭취한다. 

게다가 이곳은 그런 작가들이

시간마다 커피와 간식을 먹으러 출몰하는 라운지다.

 배달음식 포장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는걸 본적이 많다. 

조금전에도 작가님 한분이 냉동식품을 데워서

허겁지겁 먹고 작업대로 사라졌다.

작가들의  스트레스를 무시하지 말란 말이다. 

한밤중에 스트레스는 식욕으로 승화한다. 

마지막 남은 1개는 아무도 먹지 않는다 - 라는

일반인의 상식 수준은 스트레스 가득인 작가에겐 어림없다.

누군가 먼저 발견한사람이 

앗싸 - 이럼서 - 한입에 홀랑 까서 먹겠지 

 

 

........................................................

오늘 아침에 출근한 뒤 라운지엘 갔다 

이미 한차례 커피타임이 지나갔는지 원두커피 향이 가득하다. 

여느 때처럼 커피머신에서 내린 커피를 한 잔 받아서

조금 늦은 모닝커피를 마시고 있다. 

 

 

 

 

1개 남은 거 잘 먹는 나는 

아침부터 달달한 걸 먹어서 기쁘다.

그런데 왜인지

조금은 실망스럽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