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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박자만화공방_후일담

도서관에서 웹툰 강사를 하며 보낸 8년의 경험

삼박자만화공방의 만화가 소공입니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웹툰 강의를 하면서 겪은 일들을 정리해 볼게요

2017년, 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 시작한 삼박자 웹툰 교실. 처음엔 수강생들이 결석도 많고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도 많아서 강의실이 휑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신청 당일 정원이 꽉 차고, 대기자까지 줄 서는 인기 강좌가 됐어요. 이게 다 제가 웹툰을 너무 잘 가르쳐서일까요? 글쎄요, 과연 그럴까요? 

코로나 이후, 강의를 계속할 수 있을까?

매년 꾸준히 웹툰 강의를 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2년 동안 강좌가 중단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강의실은 멈춰있었고 상설 전시실도 그대로 방치됐죠. 용기 내서 박현주 관장님께 강의실 리뉴얼을 제안했어요.

솔직히 큰 기대는 안 했어요. 그런데 관장님께서 웹툰 강의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계셨고, 흔쾌히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덕분에 새로운 공간에서 웹툰 강좌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죠.

 

더 나은 웹툰 교실을 위해

강의가 다시 시작된 후엔, 단순히 수업만 진행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웹툰 교실을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그 결과, 이런 변화가 생겼죠.

강의실 환경 개선 강의실을 리뉴얼했어요. 작업실 분위기를 만들어 창작하는 즐거움을 더 느낄 수 있게 했어요

 

 

 

 

 

 

 

 

 

 

 

 

 

전시 공간 마련 – 미디어교육실 입구에 작품 전시 공간을 만들어서 수강생들의 만화 작품집을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했어요.

 

 

 

작품집 출판 지원 – 일정 수준의 작품을 완성한 수강생들에게 종강 때 개인 작품집을 만들어줬어요. 위 자료사진에 보이는 책들은 모두수강생들의 작품집입니다. 책발행 비용은 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 지원해줬어요 

 

 

수준별 강의 운영 – 웹툰기초반과 디지털창작반으로 나눠서 맞춤형 교육을 진행했어요.

강의실이 이렇게 바뀌고 나니까, 수강생들의 집중도가 확 올라갔고 출석률도 높아졌어요. 창작 욕구가 넘치는 수강생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어서 기뻤어요. 또한 강의실을 예쁘게 꾸몄더니 주변 학교에서 웹툰체험을 하러 방문하는 횟수가 늘어서 행복했어요

 

 

 

 

도서관에서 웹툰 강의를 하면서 느낀 점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가 좋아요. 너무 좋아요 ^///^

오랫동안 웹툰 입시반과 전문가반을 운영했던 저한테 도서관 웹툰 강좌는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여기는 경쟁이나 성과보다는 순수한 창작의 즐거움을 느끼는 곳이에요. 취미로 시작한 학생들은 그림 그리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성인반에서는 비전공자인데도 엄청난 실력을 가진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보람을 느껴요.

 

아이들의 창의력은 소문대로 왕성하고  성장 속도가 빨라요. 몇 달 지나면 금방 실력이 늘지요

어린이들은 그림 실력이 부족해도 기발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정말 뛰어나요. 도서관이 집 근처라 그런지 출석률도 높고, 꾸준히 참여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서 뿌듯합니다. 웹툰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을 관찰할 수 있어서 제 창작작업에도 도움이 돼요



수강생들이 좋아하는  액정 태블릿 수업 - 1대밖에 없어서 원고 빨리 마감한 사람 먼저!! 액정태블릿을 늘리는 것이 현재 가장 큰 목표랍니다.  성인들은 각자 아이패드나 갤럭시 같은 태블릿 pc를 가져와 웹툰작업을 하고 웹발행도 직접 합니다.  어린이들은 종이원고에 그려서 스캔 후 배경색과 편집만 디지털에서 하고 웹에 매주 토요일 업로드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즐겁다"

수강생들이 웹툰을 그리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강사로서 큰 보람을 느껴요. 성인 수강생들도 본업과는 별개로 웹툰을 배우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즐거움을 찾아가는 과정이 정말 인상적이에요. 한 수강생이 "직장에 있을 때도 웹툰을 그릴 일요일이 기대된다. 전공을 하지 않아 아쉬웠는데 현재는 주말마다 웹툰을 그려 웹에 연재하는 것이 제일 행복하다"라고 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강의 계속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의 개인 작품집을 손에 쥐는 순간에 보여주는 수강생들의 표정

매년 종강 후, 자기 작품이 담긴 책을 받아 든 수강생들의 표정을 보면 모든 노력이 보상받는 느낌이에요.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가족과 친구들에게 작품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 ‘이 강의 계속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또 들어요.^///^

 

매년 11월 종강때 수강생들에게 자신의 작품집을 건넬때 가장 기뻐요 ^///^

 

 

리뉴얼을 도와준 청소년 만화동아리 자치동갑, 리뉴얼 라인작업과 페인트작업을 도와주신 사서님들 , 간식을 사서 보내주신 사서님들.. 등등 당시 방문자들과 찍은 사진을 보면 지금도 웃음이 나고 즐거운 기분이 됩니다

사서님들이 페인트작업을 하는것은 홍보를 위해 설정샷으로 찍은 것인데도 사서님들이 너무 열심히 해 주셨지요. 시작하기 전에는 그림 그리는 것 페인트 칠하는 것 못한다고 뒤로 빼시던 사서님들이 앞치마를 입히고 붓을 쥐어주니까 너무 즐겁게 열심히 해서 속으로 ㅋㅋㅋ웃었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이 모든 과정이 가능했던 건 구산동도서관마을 역대 관장님들과 사서님들 특히 박현주 관장님과 박유선 사서님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이에요.

박현주 관장님께서는 단순히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강의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 주셨어요. 덕분에 도서관 웹툰 교실이 단순한 강좌가 아니라 의미 있는 창작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죠.

박유선 사서님께서도 강의실 리뉴얼을 위해 3개월 동안 함께 애써 주셨고,  그 뒤로 계속 웹툰교실에서 보조강사로 기초창작반 아이들을 지도해주시고 있습니다.  박유선 사서님 덕분에 기초창작반과 디지털창작반을 분리해서 수업진행 할 수 있었어요. 리뉴얼할 때 도서관의 다른 사서님들께서 간식을 많이 챙겨 주신 덕분에 도서관 근처의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먹을 수 있었어요. 은평구에 맛집이 많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어요.

 

삼박자웹툰교실 전시실에 대통령 방문으로 수강생들이 무척 자랑스러워 했답니다

삼박자 웹툰교실 상설 전시실이 2층에 있던 시절, 구산동도서관마을에 대통령 방문이 있었습니다. 웹툰교실 상설전시실에도 오셨었는데 수강생들 중  저 전시대에 자신의 만화책이 있었던 아이들은 "대통령이 내 만화 보고 갔어요?"라고 몇 번이나 물어봤고 지나가는 말로 " 봤을 수도..."라고 대답했더니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대통령이 자신의 만화를 보고 갔다고 자랑을 해서 무척 놀랐습니다. 표지만 스쳐지나 봤지만 본건 맞으니까 거짓말은 아니네요 ㅋㅋㅋ

 

리뉴얼 후 웹툰교실이 다시 시작하고 나서  갑자기 관장님이 바뀌었지요. 박현주 관장님께서 수강생들의 작품집을 보지 못하고 그만두셔서 아쉬웠습니다.   그 뒤로 이순임 (현) 관장님께서 오셨고, 도서관의 지원사업 방향이 바뀔까 봐 저는 굉장히 걱정했어요. 다행히 기존의 지원을 흔쾌히 계속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은 마을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운영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일반적인 도서관 기능뿐만 아니라  인문학 강좌와 다른 예술 창작 활동으로 지역주민에게 인기가 높았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삼박자 웹툰교실도 도서관의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5년 3월 9일부터 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 또다시 삼박자웹툰교실 수업이 개강합니다. 이렇게 따뜻한 응원과 관심 덕분에 저는 올해도 도서관에서 진행할 웹툰 수업을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아래: 삼박자 웹툰교실 리뉴얼 과정을 편집한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tsH2uWyaCb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