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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박자만화공방_후일담

동숭동 149번지 지하 벽에 적혀 있던 시




오늘도 너는 담배 냄새로 입맞춤을 마무리했다.
조르바에서 500cc 맥주를 마시며
너의 영광, 너의 연약함, 너의 노여움에 대해 말하며
주위에서 떠들어대는 웃는 얼굴들을 노려보았다.
카운터에는 누군가 틀어 논 티브이에서 오늘 일어난 사고 소식을 쏫아내고 있었고
화장실에서 갓나온 술취한 사내가 공중전화 앞에서 주머니속 잔돈을 꺼내고 있다.

너는 고개를 숙였고 입을 닫았다.
너는 상처받기 쉬웠고 지쳐 있었다.  
"자아- 일어나!"
너는 일어나며 떠나자고 말한다.
하늘 아래 도시 한복판에서 너와 나는 서로를 껴안고 걸었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서로의 사랑이 필요 없다.
나는 너의 사랑이, 너는 나의 사랑이
내가 너를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거나
네가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나는 네 곁에 있다.

다시 눈물이 난다.
나는 이따금 길거리 여자들처럼 네가 아닌 낯선 사내와 놀아나길 원한다.
그리고 네 질투가 나와 비슷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너와 입맞춤 할 때  나만을  사랑해 주지 않는 너 때문에 나는 격렬하게 흥분한다.

나는 투탑 2층에서 말없는 너와 나란히 앉아 있고 싶다.
화면 위의 엑슬로즈는 슬래쉬의 담배 불을 붙여 주었지.
버드와이져를 마시며 뜻도 없는 노래가 고막을 찢을 때마다
네 볼 위에 입을 맞추고 싶다.
내 살갗 위에 네 이름의 문신을 새기고 싶다.

너는 떠나자고 말한다.  
나는 생각한다.  
살고 싶다고...
사랑하고 싶다고...
네 품속에 머무르고 싶다고 ...

하늘 아래 도시 한복판에서 너와 나는 서로를 껴안고 걸었다.

<동숭동 149번지 지하 벽에 적혀 있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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