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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박자만화공방_후일담

나는 할 수 없지만 그는 할 수 있는-




어제밤- 새벽2시에 마로니에 공원에 갔었다.
그때서야 일이 끝난 친구와 두시간 정도 수다를 떨다가 온 것이다.
친구는 경력 11개월의 퀵서비스맨이다.주말이라 잔업이 그 시간에 끝났던것...

내가 공원에 도착했을 때 공원내 농구대 앞- 농구하는 사람들 사이에 그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공원에 가면 농구하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는 열혈 농구 매니아였고
그는 그 사이에서 - 저도 같이 하면 안될까요?- 라는 식으로 끼어든 분위기였다.

제법 그럴듯하게 농구를 하는 다른 사내들에 비해
그가 완벽하게 격리되어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지지리도 못했다.(여자인 내가 해도 너보다 잘 하겠다라는 느낌..)
그는 쉬지 않고 공을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뛰었지만
일행은 너무나도 농구를 잘해서 그를 쉽게 따돌렸으며
같은 편마저도 그에게 공을 주지 않았다.
그를 중심으로 어떤 막이 있어서
공은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정도였다.

경기는 쉽게 끝날듯하면서도 꽤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정한 득점수에 먼저 도달한 팀의 승리로 이 놀이가 끝났을 때
그들은 숨을 헐떡이며 서로에게 통상적인 박수를 치고
간단한 수인사를 한 다음에 경기를 끝냈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제자리에 서 있다가
나를 발견하고 웃으며 내가 앉은 자리로 걸어왔다.


사람들은 흔히 아는 사람앞에서
남들을 제압하고 자신의 위력을 보여주는 상상을 하곤 한다.
지나가다 어쩔수 없이 농구를 하게 되었는데(뭐 다른거라도 마찬가지)
사실은 굉장히 잘해서 주위의 사람들이 놀라고
동행은 그를 새롭게 본다...뭐 그런 느낌의 로맨티시즘이 있다.
그런 일률적인 욕망에 길들여지다보면
못하는것을 남들앞에서 한다는것은 ....
(사서 비참함을 느끼고 싶지 않아)같은 것이 되어버리고
누가 등을 떠밀어도 하지 않는것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그런의미로 -저도 같이 하면 안될까요?-라는 느낌으로 그들 사이에 끼어들수 있는
그가 나로서는 좀 당황스러웠다. 신선했다.
가만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라는 감정과
솔직히  대단한걸? 나라면 시도도 하지 못했을텐데..라는 감정이 교차했다.

공을 거의 만져보지도 못한 주제에
그는 땀으로 흔건히 젖어 있었다.
나는 박수를 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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