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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박자만화공방_후일담

속으로 파고 드는 흉기-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던 -음악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여  
내내 존재하세요 - 멸종하지 마세요...부디..
....................................................
(12시간전 어제 밤 심야알바도중 )
서로 수인사만 하던 어떤 손님이
자신이 듣던 시디 한장을 들어보라고 주고 갔다.
오늘 아침 - 지금에서야 심야 알바가 끝나 귀가...
씻고 잠시 쉬면서 (아..그 시디!)하는 생각에 들어보았다.
세르게이 트로파노프...처음듣는 이름이다.
시디 타이틀이 -gypsy passion- 뒤에 글자는 어려워서 못읽겠다

난 비쥬얼한 락 스타일 음악을 좋아해서 이런 음악엔 익숙하지 못하다
내지르는 음악에 익숙한 나로서는
( - 아 말로 설명을 못하겠다.)
속으로 파고 드는 흉기에 찔린 기분이다.

보통으로 해 놓았던 볼륨조절기에 손이 저절로 다가가더니
천천히 -  가장 높게 끝까지 돌린다.
작은 방 - 바이얼린 소리 울리퍼지고
증폭된 음 때문에 벽에 붙여 둔 그림 원고들이 바르르 떨고 있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모든 걸 다 안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누군가처럼...
그래서 갑자기 웃던 얼굴이 일그러지며 울음을 쏟아내던 - 그때처럼




신이여 - 울게 하소서..
울게 내버려 두소서 ...

 

...................................................................................................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울다가 지쳐 잠이 들다니...(이 얼마나 낭만적인 성향인가?)
이렇게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사람은 이런식으로 깨어나야 한다.




하지만 실제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도대체 누가 내 방을 이렇게 어질러놨단 말이냐?
 


실컷 울고 실컷 마신 덕에
눈은 아주 부었다. 하지만 ...( 마음은 꽤나 개운하다?)

그러고 보니 너무 마셨다.
잘 담근 담근주 - 제철에 제대로 담아 제대로 숙성시킨 석류주
지난 가을 친구가 만든 담근주를 최근 선물해 주었었다.
그동안 밥 먹을 때 반주로 한잔씩 포도주 대신 아껴 마셨는데
어제 그걸 원없이 두병 다 비운 것이다.
소주 세병에 가까운 양- 알콜도수 30이 넘는 독한것들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취 하나 없이 일어나다니 ...(대단하다...)
잘 만들어진 담근주라서 살아 남은 것이다.
내 주량으로 봤을 때 소주였다면 죽었을지도..(므흐~)
특히 석류주란 화합주라는 별명이 있을정도로
여자의 성적 욕구를 최대치로 끌어 올린다는 술인데
음악을 들으며... 울면서... 아낌없이 마셨으니
그토록이나 초감성 했음은 석류주의 힘이었던가?..(히죽)

일어나서 흐느적거리면서 찬물을 꿀꺽 꿀꺽 마셨다.
변의를 느끼고 화장실에 다녀오니 씻고 싶고
씻고 나서 방안 꼴 휘둘러보고 (한숨 한번 쉬고..)
청소하고 나니 배가 고파서 밥을 먹고
밥먹으니 차를 마시고 싶어서 커피 한잔 마시고 ...
라디오 들으며 스트레칭 좀 하고 ...

내가 자는 사이 비가 계속 왔는지
창밖 아랫집 기와지붕이 빨갛게 젖어있고
그위로 아침 햇빛이 시작되고 있다.
저 정도의 햇빛이라면 서너시간 안에 기와지붕은 마르겠지?
젖어있던 내 마음처럼 ...

꿈같은 초감성적 분위기에서 빠져나올 시간이다.
오늘 하루- 얼만큼 작업진도가 나갈지 기대하면서
낙서광에 낙서 한장 올리고
작업대 위에 새 종이를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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