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부속물들 , 마법의 실체
컴퓨터 하드를 분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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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시간 전 )
1. 작업실에 새로운 컴하드가 들어오면서 버려지게 된 예전 하드 -
쓸만한 부품은 빼서 쓰고 이 아이는 버려지는 신세 - 이번기회에 한번 분해 해보기로 했다
녀석에 대한 나의 감정? 애증
좀 무섭다 이런건 남자들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
(내 상식에선 컴하드는 늘 남자들에게만 열려 있었다- 내가 연건 이번이 처음)
사람의 배을 열듯이 사람의 두뇌를 열어본듯한 기분
컴 하드란 나에게 마법의 영역과 같다
컴이 어떤 원리로 그 어마 어마한 짓을 해내고 있는가 - 전혀 모른다. 까맣다
근데 열어보니 이런 모양새란 것은 참 이상하다 -
수리할때 어깨 너머로 본거랑 직접 만져보는거랑 무지 다르다
두근 두근
인터넷 연결, 수 많은 영화보기, 음악, 친구와의 대화 , 그림 그리기..
그 모든것이 이런 보잘것 없는 물리적인 장치들로 가능하다니-
다재다능한 사람의 몸속을 열어보기라도 한 것 처럼 죄책감도 든다
2. 연결된 건 모두 끊어내고 하나 하나 꺼내기 시작
컴 없이 난 살 수 없다 그런데 컴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
도대체 어떤 원리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가? 어떻게 컴으로 그림 그리는게 가능하지?
전혀 모른체 사용하고 있다. 어떻게 영화보기가 가능한지 - 어떤 원리로 음악이 재생되는지
조그만 에러가 나도 나는 속수무책으로 고쳐줄사람이 도착하길 기다릴뿐이다.
컴이 고장나면
(컴 앞에서 ( ) 해서 컴이 화가 난 걸까? )
요딴식으로 생각한다 무의식중에
(나사 하나를 조일때라도 경건한 마음으로 했어야 했어 ) 라든지
3. 장기를 하나 하나 들어내는 기분과 비슷
(컴은 나를 인식할까?...아마도 인식할거야 ... 그렇게 똑똑한데...)
(지금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후일 밝혀지겠지)
고장난 컴에게 대화를 시도해서 달래려고 한다거나
다른 사람들도 이런 사람 좀 되는듯
기계치 성향의 사람들 - 정도의 차이만 다를뿐 나랑 비슷할거임
4. 마더 보드 - 라고 불리는 녀석을 꺼내다
쾌감 - 왜지? 어쩐지 복수를 한 기분이랑 비슷하다
늘 조심스럽게 다뤄야 했다. - 늘 깨끗하게 관리해줘야했고
가끔 고장이 나면 왜 고장난지 알 수 없었다. 전전긍긍했다
한번쯤 녀석을 분해해보고 싶었다. 그뿐 아니라
저 하드위에서 라면국물을 떨어뜨리며 밥을 먹거나
먼지속에 방치하거나 혹은 그대로 저 속에 흙을담아서 화분으로 쓰고 싶은 욕망
함부로 대하고 싶고 더럽히고 싶은 욕망
저 녀석들은 앞으로 내 식탁과 화단의 화분 부속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5. 진열 전시
오늘 하루 종일 작업대에 전시중
하드 크기에 비해 꺼내서 하나하나 진열하니 꽤 많은 녀석들이 이 안에 살았다
인간을 구성하는 물질적 요소에 대한 글이 떠오르는 풍경이다.
물 35ℓ 탄소 20kg 암모니아 4ℓ 석회 1.5kg 인 800g
염분 250g 질산칼륨 100g 불소 7.5g 철 5g 규소 3g ...
우리의 영혼은 어디에 있을까? 어떤 원리로 스스로를 의식할까?
저 녀석과 인간은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낀다.
- 정신 똑바로 차리고 -왠만한 일엔 대범해져야 해 - 라든지
- 장수해야지 - 미래가 기대 돼 - 라는 이상한 결론
오늘은 여기까지
...................
덧붙여:
컴하드 분해는 틀린 말이래요
아래 댓글 참고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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