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동안 옥탑작업실 창문에 붙여두었던 방풍비닐을 떼면서
문득 '5월이 되면 보리밭 축제에 또 가야지 -' 하는 생각을 했다.
고창은 봄과 가을 한번씩- 나를 부른다
5월의 [고창 보리밭 축제]- 10월엔 [메밀밭 축제]
한적한 시골길 - 보리밭으로 가는 버스는 낡고 오래 되었으며
시골밭들은 한폭의 조각보 이불처럼 울긋불긋 하다.
갈 때마다 예상치 않았던 소소한 경험들-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시골길 걷기-
조용한 대기 - 불어오는 바람 - 목덜미에 머물던 따가운 5월의 햇살 -
아마도 친구가 늘 옆에서 가이드 해 줘서 더 즐거웠던 것이다.
위의 사진은 친구인 슈퍼볼의 동생이다.
사진 찍는 걸 싫어하므로 이 사진들은 몰래 찍은 것...
이때 난 맞은 편에서 슈퍼볼과 앉아 있다가
헨드폰 문자를 확인하며
보리밭 언덕을 올라오는 그녀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녀는 바다처럼 출렁거리는 보리밭의 물결 위를
바람의 방향으로 물결처럼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걸어왔는데
그 순간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
보리밭 축제 처음갔을때는 돌아오고나서 한동안 일을 못할 정도였다.
여행에서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았었다.
창밖엔 비가 오는 밤이되면
마치 죽은 영혼이 성불하지 못하고 두고 온 이승을 헤매듯이
내 마음은 지난 여행지의 햇빛 가득한 보리밭에서 가서 돌아오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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