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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지만 옥탑

[옥탑 평상 2]옥탑 평상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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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나는 다용도 테이블이었어





어느날 -  아무런 예고도 없이
새로운 다용도 테이블이 들어 온 날 
별로 낡지도 않았는데 교실 밖으로 끌려 나왔어
그리곤 미련없이 학교앞 골목에 버려졌지...아...
(아아~이제 끝이구나)



그때 누군가 다가왔어




녀석은 나를 데려가더니 옥션에서 테이블 다리만 사서 붙여줬어
으아아악~~~왠 짧은 좌식 테이블 발통?!-
(날 뭘로 보는거야? 난 원래 입식용 - 롱다리였다구~~)

 

그 뒤 옥탑의 마당에서 녀석과 함께 살게 되었어
그래 - 나는 평상으로 다시 태어난 거야

날씨가 좋은날이면 녀석은
음료와 책- 그리고 라디오를 들고 나에게 오곤 해


 

 


 

우리는 나른한 오후의 햇빛을 함께 즐겼어 





....







얼마후 녀석은 일 때문에
몇개월동안 다른 작업실로 떠났어

........















아무도 오지 않는 옥탑 마당 -

가끔 도둑 비둘기나 고양이가 찾아 왔지만
먹이를 주는 사람이 없으니 오지 않게 되더군


옥탑 마당에 멍하니 혼자 앉아서
해를 보고 달을 보고 별을 봤어.

녀석이 없는 서울은 유난히 비가 많이 와
계속 실내에서만 살았던 나는 그때 처음으로 비를 맞았어
맨 몸으로 비를 맞아야 하는게 너무 싫군
 





눈이 오는것도 싫어.  하지만 눈이 좋았던 적이 한 번 있었어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눈이 많이 오던 그 날, 
겨울옷을 가지러 잠깐 들린 녀석이, 세 명의 눈사람을 만들어줬지
녀석은 그날 밤 바로 떠났지만
눈사람은 몇일동안 나와 함께 했어
날씨가 풀려 녀석들이 녹아버렸을 때-
난 날씨가 더 추워진 것처럼 마음속이 시렸어








드디어 녀석이 짐을 챙겨 옥탑으로 돌아왔어
그리고 내가 굉장히 많이 변했다는걸 깨달았지
비와 눈 때문에 나는 비틀리고 휘어져 있었거든





녀석은 내 몸을 뒤집어서 다리를 반대편에 달아줬어
(오호?!~ 이러면 아래로 휜 몸이 평평해지겠군)





그러나 몇일 뒤 ... 중력에 이끌려 몸이 무겁고 쳐져
(몸속이 삭아서리 ...)

 

버려야겠어,
이래선 위에 앉으면
내려 앉을 것 같잖아?!





몸이 내려 앉은 것처럼, 마음속도 내려 앉는 기분...








그런데 녀석은 의외로 쉽게 포기하지 않더군
나에 대한 애정이 크던지  (지지리도 돈이 없던지 ^^;)
다시 반대편으로 다리를 바꿔 단 뒤
비나 눈에 몸이 망가지지 않도록 비닐을 씌워줬어
어디서 구했는지 나무무늬 장판도 덮어줬지



또 다시 태어난 기분-
(내 목숨은 고양이처럼 몇개나 되나봐^^)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새 옷을 입고 몇일 지나지 않아서 또 몸이 축 쳐졌어.
비와 눈속에 그대로 방치되었던 나무로 된 내 몸속은
이미 삭을대로 삭아서 죽을때가 된걸까?

녀석이 말했지
- 니 몸속은 삼국시대 백제사찰의 나무계단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나는구나
- 니 몸속에서 구백구십구겹의 페스츄리 빵처럼 쪼개지며 찢어지는 소리가 나
- 이젠 정말 널 버려야 될까봐 ~~~




아아- 또 비가 온다 -
정말 나야 말로 울고 싶다.
드디어 버려지는 날이
온 것인가?



 

그런데 요즘 녀석이 옥탑 마당에서 뭔가를 만들고 있어.
평상 지붕- 즉 내가 다시는 비를 맞지 않도록 지붕을 만든다는 거야
(이미 늦은거 아닌가? 처음부터 비닐을 덮어주던지 했어야지)
휠대로 휜 내 몸 위에서 이것저것 설치작업 재료들을 올려둬서
기분이 좀 언잖았던 나는 이 사실을 알고도 왠지 시큰둥~






 

급기야 어제는 내 몸에서 장판과 비닐, 다리를 떼어내지 뭐야?!
아래로 쳐진 내 몸을 거꾸로 옥탑마당에 펼쳐 놓더니
- 조그만 참아 - 휘어진 니 몸을 평평하게 펴야겠어
- 다시 태어나는거야. 내가 도와줄께 
그리곤 옥탑 위에 있던 모든 물건들을 내 몸위에 올렸어

아아 -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으윽... 무겁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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