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동동이님
동동이님 메일 받고 혹시 오늘은 다들 그런가 ? 생각했어요
오늘은 비 탓인지 저도 좀 착 가라앉았거든요
예전에
동동이님 서 있는 자리쯤에 제가 서 있을 때
오르탕스 블루의 <사막>이란 시를 처음 읽고
그 자리에 총맞은 것처럼 주저 앉았던 적이 있어요(^^;)
대충 이런 내용이죠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그러고보니 사막의 발자국으로 날 울린 사람도 있었네요
예전에 식목일 다큐멘터리를 티브에서 봤는데
중국여자인지 몽골여자인지 그랬는데 그녀는 이렇게 말했어요
원래 난 다정한 이웃이 많은 작은 시골에서 살던 활발한 사람인데
결혼을 해서 신랑집엘 가니까 사막 한가운데 있는 땅굴같은 곳에서 살더라
더 힘든건 사막은 사람 살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근처에 아무도 안산다는 것이었어
즉 이웃이 없었어
처음엔 집안에서만 살았어
사람이 그리워 가끔 바깥으로 나가 한참을 서 있기도 했어
누가 지나가면 말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모래 바람에 익숙하지 못해서 바깥에 나가는게 고통스러웠고
애써 나간다고 해도 사람하나 없는 사막 한가운데니까- 더 외로워
남편이 먹을 걸 구하러 몇일동안 도시로 가면 혼자 있어야 해
나는 몇일동안 한마디도 안하고 살기도 했는데
몇개월 지나니까 외로워서 너무 힘들었어
그런데 어느날이었어
너무 외로워서 그날도 땅굴밖으로 나가봤더니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모래언덕위에
마침 어떤 사람이 지나가고 있는거야
사람이다 - 사람이다. 사람이다.
나는 미친듯이 달려갔어
여보세요 여보세요 - 잠깐만요 - 이러면서
하지만 그 사람은 금방 사라졌더라고
더이상 보이지 않는거야
난 이쪽 저쪽 막 살펴보다가
모래언덕위에 그가 남긴 발자국을 봤어
난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그 발자국을 보면서 울었어
(나도 - 코 끝이 시큰)
난 땅굴로 들어가 세수대야를 가져와서
그 발자국위에 덮었어
아니 왜요? 라고 인터뷰 진행자가 묻자
그 여자는 눈물때문에 이상해진 목소리를 다듬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 너무 소중해서 ...
-그 발자국은
-조금 전에 여기에 어떤 사람이 있었다는 거잖아
(이 부분에서 눈물 폭발)
(어허허허엉~~~)
이 장면을 보면서 엉엉 어찌나 소리내어 울었던지
옆에서 밥먹던 송송화가 깜짝놀라 주저앉았지요
( 이건 과장, 설마 송화가 그런일로 놀랄까 ^^)
(깜짝이야~또 술먹었냐? 갑자기 왜 울고 지랄?!)이라고 했을걸요^^;
어쨌든
그 후 그녀는 그 사막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네요
그녀의 미친듯한 나무심기- 이 부분도 눈물나요
사막에서 나무가 그냥 쉽게 자라겠어요?-
사막에서 나무에 물을 구해 주는것은 또 얼마나 생지옥같은 미션이었겠어요?
(주변에서는 미쳤다고 했다는군요)
(하지만 그녀는 그 짓이라도 안했다면 그때 정말 미쳤을 거라고 하더군요)
몇년후 그녀의 미친짓은 정말 사막을 숲으로 바꿨대요
도시까지 그 소문이 퍼져서 많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이사 오고
뜻있는 사람들이 국내 여기저기 , 혹은 해외에서까지 나무를 보내주기 시작하여
그 동네는 이제 아름드리 숲이 되었다는 ....
결론은 나무를 많이 심어 지구의 사막화를 막아내자는
정말 식목일 특집 다큐멘터리다운 결론... ^^;
아~
이 다큐 - 다시 보고 싶네요
아마 워낙 오래된거라 위에 표현된 내 기억은
내 머리속에서 많은 부분 편집된 내용일 가능성이 크지만
유치한 실력으로 만화판에 뛰어들어 정말 외롭고 무서웠던 그 시절 내 심정을
그녀만큼 적나라하게 표현한 사람은 여지껏 없었던듯 -
전 그걸 보면서
- 저도 열심히 나무심을께요 나무 심을께요 - 막 그럼서 엉엉 울었다는 ㅋㅋㅋ
오늘 정말 술 땡기네요
오늘은 술마시고 술 취해서 잘래요
내일은 좀 더 행복한 표정으로 일해야지 -
나도 만화판에 뭔가 나무를 심어서
아름드리 숲을 만들고 싶네요
가까이살면 이럴때 술이라도 같이 마실텐데
부산은 너무 멀어요 -
동동이님 - 잘자요 .
덧붙여:
<누구를 위한 작업모드인가>
동동이님을 위한 작업모드죠 ^*^
재미있었어요
게시작품이 30작품정도 모이면
제 블로그에도 소개하고 싶네요
그래도 되나요?
전 동동이님 그림이 진심 좋아요
덧붙여:
동동이님 인생에서 제가 맡은 역할은
발자국을 남기고 간 행인?역일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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