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옥탑에만 10년 이상 살았습니다.
지금은 남산 근처 오래된 건물 지하방에 살고 있는데 해가 1도 들어오지 않네요
고개 들면 하늘이던 옥탑이 무진장 그립습니다
[서울이지만 옥탑 ]은 그런 마음일 때, 예전 옥탑 살 때 사진을 보면서 적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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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에 빈 화분 두면 생기는 일
인터넷에서 누가 대파 키우는 것 보고 따라 하겠다고
주워온 플라스틱 휴지통에 흙을 채운 뒤 대파 한 단 사 와서 키워 먹고
그 뒤로 몇 개월 동안 까맣게 - 새까맣게 까먹고 아무것도 안 심었지요
근데 흙만 있던 빈 화분에서 뭔가 새싹이 나오더니
이게 무슨 일 - 뭔 나무가 자라는데 1달정도 지나고 보니 아카시아 나무였죠
아카시아 나무 굉장히 빨리 자란다더니...
3개월도 안되어서 1미터도 넘게 자람
'이러다 옥상 위에 산에서 본 거대한 아카시아 나무가 자라는 거 아냐?' 걱정했는데
화분이 작아서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 성장 속도가 확 줄었음 - 휴 다행
(자료사진 찍었는데 안 보이네 - 보이면 올리겠음)
겨우 찾은 게 이거밖에 없음 / 이뻐서 실내에 들어 놨을 때의 사진
아카시아 나무를 실내에서 키운 사람이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있을까?
옥탑 살면 옥탑인의 평소 심정은...
옥탑의 최악 거주환경- 여름에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추워서
불쌍한 내 신세 - 이런 곳에서 살아야 하다니 - 이런 생각 들 때가 자주 있었는데
흙만 있으면 뭐든 그곳에서 초록 풀떼기가 자라니까
-식물은 참 바보야 -
왜 이런 곳에 날아 들어와서 그렇게 힘들게 사는 거니? - 싶다가도
오며 가며 물 주고 신경 쓰게 된답니다.
옥탑에 살면서 깨달은 팁
1. 옥탑 살면 옥탑 마당에 이런 거 저런 거 식물 많이 키울 거 같지만
2. 화분에 흙만 담아두고 결국 아무것도 안 키웁니다.
3. 그런데 식물이 와서 삽니다. 먼저 온 놈이 화분 임자
옥탑 10년에 가장 많이 온 풀떼기
1위 강아지풀
2위 강아지풀
3위 강아지풀
ㅋㅋㅋ
근데 길에서 강아지풀 보면 소박하고 보잘것없고 매연에 시들시들하고 볼품없는데
옥탑에서 화분 하나 지가 다 차지하고 자라면 제법 볼만해요
왔다 갔다 하면서 물도 주고 신경 써 주면 더 볼만해져요
한 해는 작정하고 화분을 주워와서 옥상 가장자리에 쭉 놓고 흙만 채워뒀더니
5월쯤이 이런 광경이 연출되었어요
일단 주방에서 보면 창밖이 보리밭?
뭔가 분위기가 좋아져서 옥상에 테이블도 만들고 이곳에서 휴식시간을 보냈습니다
왼쪽에 있는 나무 모양의 풀떼기는 이름도 모름 - 그냥 와서 어느 날 싹이 나더니 2달 만에 이만큼 자란 녀석인데
이것도 성장 속도가 엄청 빨랐어요
민트 바구니에 마르고 있는 것은 수박껍질 - 옥탑살때는 야채 쓰레기 다 말려서 버렸는데
말리려고 저렇게 펼쳐 놓으면 동네 새라는 새는 다 와서 주워 먹었어요
그래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게 거의 없었다는....
그 이야기는 또 다음 기회에
덧붙여: 옥탑인들을 위한 팁
지하방에 사니까 햇빛 한 모금이라도 너무 그리워요
햇빛 부자인 옥탑인들이여 - 화분에 뭘 키우세요 - 귀찮으면 흙만 채워두세요
나머지는 정말 누가 찾아옵니다. 천덕꾸러기 강아지풀은 분명히 옵니다.
딱 1명의 강아지풀이 오고 나면 다음 해에는 화분을 강아지풀이 점령합니다
그 정도로 생존력이 강해서 다른 식물을 키우는 분들은
강아지풀을 꼭 제거해주셔야 한다는...
위에 사진 보셨죠? 안 그러면 모든 화분이 강아지풀로 가득 찰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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