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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박자만화공방_후일담

중이병,손편지 거절 ,이제 나도 어른

어제- 아니 그제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 갔다가 중2때  친구를 닮은 사람을 봤다.

 

 

너무 닮아서 한참 봤는데 - 왼쪽 귀에 있던 점이 없어서 아닌가 싶다가도

요즘엔 점을 빼잖아? 싶어서 또 긴가 싶었다  -  말을 걸진 않았다.

이런때

- 저기요 혹시 저 모르겠어요? - 이럼서 말을 거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내가 -

난 혹시라도 상대가 말을 걸어올까봐 두근두근한 캐릭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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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 아이에게 손편지를 매일 보냈었다

그 아이의 책상서랍엔  랜드로바 신발상자를 재활용해 만든 보물상자[?]가 있었는데

겉표지엔 예쁜 일러스트 그림이 붙여져 있었고 그 안에는 영광스럽게도

내 손편지가 가득했다 - 그걸 보여줬을때 난 감동했다.

그래서 더욱더 열심히 집필(?)하였다.

어떤 땐 하루에 세통을 보낸적도 있었다  

 

문제는
나의 편지에 점점  강도높은 내용들로 가득찼다는 것  
중2 특유의  형이상학적(^^) 번민들 - 
당시 나는 - 아무런 여과없이 몇몇 극단적인 철학에 오염되어 있었다

중이병의  대표적인 증상들이 많은데 -

내 경우는 주변인 특히 어른 혐오증이 가장 심했다

(원래 사람을 무지 좋아하고 어른들에게 사랑받는걸 갈구하던 아이였다 )

밥을 먹는것마저 혐오스러워서 툭하면 며칠씩 굶기도 했다.
그 당시 밥을 먹으면 - 그것들이 위속에 있는걸 생생하게 느낄수있었고 
내 몸안의 모든 생리적 변화 - 주변인들의 호흡 - 에 구토증을 느꼈다

밥을 먹으면 몸안에서 그것들이 부패하고 있다고 느껴서 몸에서 냄새가 나는것같아

하루에도 몇번씩 샤워를 하고 -

몸안에 뭐가 들어있는게 싫어서 설사약을 먹곤했다

 

수업중 선생님들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머리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런것들을 썻다

어른들을 보면 얼마나 역겨운지- 어떤것이 떠오르는지

 부모 형제들조차 같은 자리에 앉아있는게 얼마나 숨막히는지

닭집의 삶은 닭을 볼때마다 왜 눈물이 나는지

아스팔트의 입자 하나 하나 - 갓 세운 차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온기들  

쓰고 쓰고 쓰고 쓰고 - 또 썼다  

 

열렬한 손편지는  결국그 아이의 강경한 거절의사로 단절되었다.

무섭다고 했다...  

그말 듣고 당황스럽고 - 나도 내가 무서워서 울었었다 ..^^;;;;

거울을 주먹으로 깨고 - 손을 크게 다치고- 응급실 가고

마취안하고 꼬맨다고 우겨서 의사들 난감해하고

(여중생이 거울깨고 자기네 병원 들어온 건 처음이라고 의미부여함)

엄마는 이유를 몰라 자신을 탓하며  날 때렸다. ^^;;;;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 긴박한 와중에도 다쳤다는 내 소식이 친구에게 전해져

친구가 자신을 탓하며 후회하고

눈물로 호소하며 문병오는걸  간절히 바라던 내 마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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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여고앞 횡단보도 앞에서 파란불 신호 기다리는 아이들 -

대충 봐도 얼굴에 다 써 있다

- 저 아이들은 세상이 무서운가봐 -

- 저 아이도 - 저아이도 - 저 아이도 -

- 하지만 이쪽에 저 아이는 자기가 무서울 걸 ~

 

이렇게 아는체를 하는 나는

이제 어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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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찾아 도시를 헤매는 도둑고양이 공예품  -

 

누가 만들었는지 참 잘 만들었어 - 어떻게 이순간을 포착했을까?

눈빛이 살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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