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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박자만화공방_후일담

도자기 접시 만들어서 판매할 때 가격 책정 실패담

 

저처럼 그림 창작하는 직업-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화가 분들에게 도예를 추천합니다. 꼭 전공 도예가가 아니더라도  취미로 배우는 정도로 도자기 소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에버러닝을 이용해 도서관 교육프로그램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 3년 동안 도예수업을 받았습니다.  뭘 만들려면 기본 3년 정도 배워야 하냐? 하면 그건 아니고요 3개월 정도 배우면 소품부터 차곡차곡 만들 수 있어요

도자기 소품들의 제작과정과 판매과정에서 느꼈던 것들을 가끔 기록하고 있는데 오늘은 가격책정 실패담에 대해서 적어볼게요 

 

도자기 소품 만들 때 가장 좋은 것?

1. 흙을 조물조물해서 뜨거운 불에 구우면 도자기가 된다? 마법이 별건가 이게 마법이지 불의 마법

2. 내가 만든 도자기 소품을 쓰는 것이 너무 좋아요 - 선물로 주면 너무 좋아해요 

3. 판매하면 돈이 됩니다. 좋은 부업입니다. 굉장히 기뻐하시면서 사줍니다.   

4. 전신운동이 됩니다.  - 흙반죽하기 힘들어요 - 손목, 어깨 강화됩니다.

드로잉 창작자는 운동량이 늘 부족하죠. 맨날 책상에서 한 손만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드로잉 작업에 비해 도예 작업은 전신운동(!)에 가까웠습니다. 손 근육을 골고루 단련시킬 수 있어서 좋았고 손목 근육도 강화되었습니다. 

 

가장 단점?

1.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즉 공정이 여러 단계입니다. 

디자인 ->백자토 흙반죽 -> 성형 -> 초벌구이-> 밑그림 그리고 채색-> 유약 바르고 ->재벌구이 -> 완성

2. 이뻐서 팔기 싫어요. 그래서 안 팔면 작업실에 작품이 쌓여서 결국 팔아야 합니다. 

3. 잘못된 방법으로 무리해서 흙 반죽하면 손목 다칩니다. 어깨 아픕니다. 

 

 

벽에 걸어둘 수 있는  액자 & 디저트 접시 만들기  

삼박자의 대표작 [떳다그녀] 주인공 남자 고양이 이름 나비

 

 

백자토로 흙 반죽해서 모양 만들기가 끝난 뒤의 모습 

 

백자토는 다른 흙에 비해 어두운데 이런 흙이 가마 속에 들어가서 불에 구워지면 흰색이 되는 것이 놀랍습니다.

하얗게 불태웠다는 말이 이래서 생긴건가?

 

초벌구이가 끝나면 약간 핑크빛이 되는데 깨지지만 않는다면 이대로 쓰고 싶을 정도로 이 상태도 이쁩니다.

가끔은 이대로 몇 개월이고 전시만 하기도 해요 -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아까워서 

과일은 태양빛에 익고 흙은 불에 익어요  

 

 

초벌구이 후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종이에 그릴 때랑 물감의 속성이 아주 많이 달라요 

 

칠하면 물감이 표면으로 스며드는 게 아니라  물감의 수분만 표면 속으로 스며들고

색안료 가루만 표면밖에 남아있는 모양새가 됩니다. 마른 후에 만져보면 소프트 파스텔처럼 묻어나고요

그래서 유약을 바를 때 - 재벌구이를 할 때 - 묻어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게 됩니다. 

완성 후 보면 종이에 그린 것보다 얼룩이 많아서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 같은 것은 힘들었어요

 

음각으로 그림이나 글자를 파내는 것도 재미있는데 살짝 덜 말랐을 때 하면 쉬워요 

 

 

처음에 만든 것들은  이런 식으로 삐뚤빼뚤 쓸 말이 많았어요 - 지금은 딱 낙관만 찍어요 

캘리그래피 하시는 분들은 이거 정말 잘하세요 

도자기 할 때 캘리그래피 배우고 싶었던 순간 많았어요 

 

 

1차로 연필로 스케치하고  도자기 물감으로 라인 작업을 합니다. 

종이에 그림 그릴 때는 선 따기 한 뒤 연필선 지워줘야 하는데 도자기에 그린 연필선은 

가마에 구울 때 다 사라져요- 즉 안 지워도 돼요 

 

제 그림은 푸른색의 밑그림선을 그대로 노출하는 게 특징이라서

밑그림을 로열블루로 그리고 그 위에 검정 선 따기를 합니다

선 따기를 두 번 하는 셈이라 물감에 물의 농도를 많이 주는 편이에요 

 

초벌구이 상태에서 푸른색으로 라인 작업만 한 상태

 

 

검정 선 따기 후 포인트 칼라만 칠하기

마른 뒤 만지면 물감이 묻어나요 -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유약을 바르고 가마에서 재벌구이후

완성 

 

 

 

정면

 

측면

 

 

 

활용

 

 

 

삼박자 만화공방 상품진열대에 전시하고 판매를 시작했는데

얼마에 팔지 몰라서 2만 원을 붙였어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순식간에 팔려버렸어요

삼박자만화공방 상품 진열대에 판매상품이 적었던 시절이라  좀 오랫동안 진열을 해 둘 생각이었는데 

순식간에 팔려 버렸고 같이 만들었던  다른 접시들도 - 모두 금방 팔려버렸어요

그래서 자료사진이 위의 사진 말고는 별로 없어요

 

- 와아 사람들이 내가 만든 접시를 사줬어 

이러면서 기뻐했어요 

 

제작 단가라든지 원가계산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뒤에 

내가 손해를 보고 팔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원가계산을 해보니 소성 비용만 해도 만원 가까웠어요

*소성비: 가마 비용 / 가마에 굽는 비용 

백자토 흙 값도 있고 유약 비용 도자 물감 비용이란 것도 있고

제작 시간도 굉장히 오래 걸렸거든요 

가격을 책정하려면 그런 걸 참고해서 원가계산이란 것을 해야 하는데

저는 그때 어떤 기분으로 가격 책정을 했냐면 

 

이거보다 이쁘고 저렴한 접시 세상에 엄청 많던데 

2만 원에 사주신다면 감사하지 뭐 - 

 

대표적인 가격 책정 실패사례입니다. 

 

 

 

지금도 캐릭터 그림이 들어간 도자기 소품을 가끔 만들어서 팔고 있는데 

기분이 내키면 거저 가져가는 가격으로 판매를 하기도 하는데 안 팔리기도 하고 

빨리 팔리는 게 싫어서 엄청난 가격을 붙여봤는데 그래도 사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림의 원고료 협상을 할 때 힘든 저는 손으로 만든 도자기 소품에 가격 책정하는 것도 힘듭니다.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뭐냐? 

가격 책정- 창작자에게 굉장히 중요한 능력이었습니다.  공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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