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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박자만화공방_후일담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초등학교 여자아이들은 친해지면

뜬금없이 생일을 말해준다 -

생일을 말해줄 때 귀에 속삭이는 아이도 있다. 

남자아이들은 여선생과 여제자가 이러고 있으면 

오만상을 찌푸리며 닭살 긁는 시늉을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한다.

선물 줄 어른을 한 명 더 확보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친하다는 신호쯤이다.

아이는 뜬금없이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뭔가 대단히 즐거워 보인다 

생일이 다가오게 되면

며칠 전부터 생일을 광고한다 -

 

- 선생님 저 다음 달 25일 생일이에요

- 선생님 저 일주일 뒤에 생일이에요 

 

근데 막상 생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뭔가 말하고 싶은 얼굴로 쳐다보다가

그냥 참는다 

 

급기야.... 그날이 오고 

아이가 방실방실 웃고 있다.

배시시 자꾸 웃는다.

 

 

 

 

          선생님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어리숙한 선생님이  어리숙한 연기를 시작한다 

 

 

 

어디 보자... 오늘이 무슨 날이더라 

어라?

오늘 니 생일이잖아? 

                    와아! 

                  어떻게 아셨어요? (진심 기뻐함)

 

(초등 2의 소녀여~ 어떻게 알았겠니?  )

 

 

 

 

이 아이는 누군가 자신의 생일을 기억해 준 게

가족 말고, 친구 말고, 처음이라고 말했다 

(가족 말고 친구 말고 생일을 기억해주는 사람?)

 

 

 

 

 (  생일도 기억해주고)

 

   ( 소공샘- 너무 좋아  )

 

 

 

 

생일을 기억한 공으로 제자의 사랑을 받는 시간은

경험상 무척  짧다 

 

 

 

 

 

 

 

 

처음 삼박자만화공방을 열었을 때

많은 학부모들이 선물을 주셨다.

그게 기뻐서 블로그에 자랑을 했더니

다른 학부모들도 경쟁하듯이 선물을 준비했다 

깜짝 놀라서 그때부터 주의를 하게 되었다 

어떤 선물도 주지도 받지도 말자고

혹시 부득이하게 받게 되더라도

어디에 자랑하지 말자고-

 

 

 

 선물 없어 -

미안 ^^;

 

 

 

 

 

 

                                                             

 

     

 

 

 

 

 

                                   

   ( 소공 샘 싫어)

 

   (너무 싫어)

(완전 싫어)

      (미워)

 

 

 

 

 

돌아선 아이의 마음은 다음 수업 때 -

어리숙한 선생님의 눈물겨운 애교로

대부분 회복하지만 

선물을 기대하는 아이들의 그 표정은

- 진심- 이라서 잊히지 않는다 

종 종 그걸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웃고 있다.  

 

 

생일인 사람이 있어서 카카오 선물 고르다가 -

문득 생일을 광고하던 꼬마 아이들이 떠올랐다. -

안 떠올랐다면,

혹은 조금 늦게 떠올랐다면 선물이 있었을 텐데...

이런 사정으로 선물은 없다는 말을

이렇게 길게 써 봤습니다. 

오늘 생일인 분 -까만 그분~ 생일 축하합니다~ ^0^ 

 

 

 

덧붙여:

쓰고 보니 기억난 건데 자네는 매년 나에게 

의정부 표 영양만점 도시락을 선물해줬었구나 

우린 그걸 냠냠 먹고도 제대로 고맙다는 말도 못 했지 

이제야 그게 떠올랐어 - 그냥 선물을 줄걸 그랬나? ^^;;;;;

 

말 꺼낸 김에  나 아프다는 페북 글 보고

홍삼진액 보내 주셨던 분 -

그것 먹고 신기할 정도로 아픈 거 잘 이겨냈어요.

하지만 어디에도 내색할 수 없었어요

- 또 주실까 봐 

스승의 날 쿠키를 사 오곤 하던 소녀들아 - 

그때 고맙다는 말 제대로 못해서 미안해요 

선물 안 주고 안받는다 했는데 쓰고 보니 

주는 건 정말 절대 네버 기필코 안주고

받는 건 꽤 여러 번 -

야금야금 조금조금 받았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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